
압구정 로데오 근처에는 워낙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이름만 들어보고 방문하지 못한 곳들이 꽤 있다. 면서울도 그중 하나였다.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여러 번 접했지만,
막상 갈 기회가 없었고 몇 달 전에서야 압구정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번은 웨이팅이 너무 길어 포기했는데, 이번에는 저녁 시간에 방문해 드디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김도윤 셰프의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니 방송보다 음식 자체가 더 인상적인 곳이었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5 1층
영업시간
현재 예약은 운영하지 않으며 캐치테이블을 통한 현장 웨이팅만 가능하다.
건물 앞 발렛 주차도 가능하며 최초 60분 기준 4,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점심시간에 방문했을 때는 웨이팅이 길어 입장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저녁 8시 30분쯤 방문해 비교적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는 캐치테이블 웨이팅 기계가 설치되어 있었고,
매장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숙성 중인 고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에 가깝다.
톤을 맞춘 가구와 은은한 간접조명이 공간 전체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눈이 편안한 조도 덕분에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음식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조명이라고 생각하는데,
면서울은 그 부분을 상당히 잘 살린 공간이었다.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반가울 만한 요소들도 있다.
한쪽에는 흑백요리사에서 '마시마로 셰프'라는 별명을 얻게 된 김도윤 셰프를
연상시키는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방송 관련 포스터들도 걸려 있었다.
방송 속 모습처럼 유쾌한 감성이 공간 곳곳에 녹아 있었다.

가장 먼저 주문한 메뉴는 넓적고사리면이다.
처음에는 들기름 비빔면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깊고 복합적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지리산 청학동에서 채취한 고사리를 듬뿍 올리고, 장기간 숙성한 된장으로 감칠맛을 더한 메뉴다.
넓고 납작한 면은 일반적인 면과는 다른 식감을 보여준다. 수분 함량을 낮춘 면을 사용해 탄력이 좋고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여기에 통밀과 녹두, 백태가 더해져 고소함이 강하게 느껴지고, 유기농 김가루가 전체적인 풍미를 완성한다.

처음 한입 먹었을 때는 담백하다는 인상이 강했지만, 먹을수록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감칠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하는 메뉴가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에 가깝다.
고사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만족할 만한 메뉴였고, 개인적으로 이날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다음으로 주문한 메뉴는 골동면이다.
다양한 산나물과 채소, 국내산 돼지고기 다짐육이 올라간 비빔면 스타일의 메뉴다.
고사리, 죽순, 취나물 등 여러 재료가 올라가는데 계절에 따라 구성은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면 아래의재료만 봐도 상당히 풍성하다.
생들기름과 숙성간장, 취똥고추 간장 소스가 어우러지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함께 제공되는 반숙 달걀을 터뜨려 비비면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여러 재료를 골고루 섞어 먹는 재미가 있고, 한 입 먹을 때마다 다른 풍미가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다.
비빔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높은 확률로 만족할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 메뉴로는 제육 반접시를 주문했다.
최상급 가브리살을 숙성해 만든 메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상당히 부드러운 식감을 보여준다.
씹을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야들야들한 편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부드러워서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함께 고민했던 메뉴가 만두였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다음에는 만두를 주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서울은 왜 미슐랭에 오랫동안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이해가 되는 곳이었다.
음식이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다.
대신 좋은 재료를 사용해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넓적고사리면은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골동면 역시 재료 본연의 풍미를 잘 살린 메뉴였다.
평소 강한 양념이나 자극적인 맛을 선호한다면 첫인상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 젓가락을 들다 보면 은은하게 쌓이는 감칠맛의 매력을 알게 된다.
압구정에서 특별한 면 요리를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다음 방문에서는 이날 품절로 먹지 못한 안성제면과 만두를 꼭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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